이번 글은 개발노트가 아닌 기획 노틉니다. 어영부영 기획질하다가 삼삼해지면 쓸 것들이죠:-) 오늘은 첫 글이고 하니 카나페게임즈의 처녀작 아쿠아미라쥬의 기획 초기를 이야기하렵니다.
당시는 06년 04월. 2월 무난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아버지 일 돕는다는 핑계로 관두었지만 돕기는 커녕 딩가딩가 놀던 당시, 생태 과학자들도 접근하지 않는다는 당시 3년차 모바일 게으름뱅이 프로그래머 나무늘보가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이러더군요.
늘부: 회사 차리자 제리: 즐이셈 ㅋㅋㅋ
현명하던 저는 단숨에 예의 바르게 거절했지만 이어지는 '모바일하면 돈 마니 벌어~' 라는 자금 구애에(?) '어디 그럼 돈 좀 벌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 생각하면 미친거야! 그런거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려니 당시 늘부는 사장이 사원을 먹여살리던 모바일 게임 제작업체 M모사를 다니고 있었고 저는 백수라 딩가딩가. 뭐 늘부도 돈 모아야하니 회사는 다니던 상태고. 평일에는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하고 주말에 된장남으로 변장하여 콩다방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당시 서로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해 술술 이야기한 것을 풀어보자면, 간략하게 이런 류였습니다.
1. 암9이 주류가 될 모바일 시장에 앞으로는 액션 알피지가 대세다. >> 성장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취향에 맞고, 손놀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장르니까. (이 때만 해도 액션 알피지가 아주 대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턴이 약간 더 우세했지요. 본격적으로 기획을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액션 알피지류가 대박을 '연이어서' 터트리더군요.) 2. 액션 알피지는 타격감이 극도로 살아야 한다. >> 괜히 액션이 아니지. 3. 시점은 개나 소나 전부 다 하는 탑뷰로 하지 말고 횡스크롤 사이드뷰. >> 고정된 탑뷰에서 지형을 탐색하며 점프를 하고 넉백을 '실감나게' 할 수 있다고 보는가? 4. 시나리오 중심. >>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시나리오를 그럴듯하게 써내려간 게임은 EC1이 유일했지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시나리오는 단순하게 그럴듯한 배경 스토리가 아닌 대사와 연출에서 개연성이 갖추어진 완결된 시나리오를 말합니다. 이 역시 기획을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나리오에서 개연성을 갖춘 작품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주말마다 만나고 평일엔 온라인 회의를 하는 식으로, 카나페게임즈의 구체적인 게임 기획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