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기#1
안녕하세요. 제리입니다.
지난번에 이은 기획 일기#1 입니다. 반응이 좋길 기대했지만 그런거 솔직히 상관없다![...]
고로 지난번에 이어서 주욱 나갑니다. 에힛:3
이번엔 시나리오.
당시 저는 종료라고는 있을 수 없는 끝 없는 온라인 게임 제작 프로세스에 지쳐 있었고(메이플 같은 맵을 클베 기간에 100여개가 넘게 찍었습니다. 무늬만 메이플이면 모르는데 맵 하나하나를 특색있는 어드벤처로 만들자니...) 늘부는 유일한 패키지 게임 사업인 모바일에 있으면서도 역시나 그렇듯이 제대로 된 개발 프로세스가 없음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장으로 굴러가는 맵 디자인과 무늬만 그럴듯한 '배경' 시나리오는 [패키지의 로망]를 가지고 있던 저희들에게 꽤나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죠.
고로 회사 창업 후 만들 게임에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시나리오. 당시(06년 04월)에는 브루에서 돌아가던 N모사의 EC1을 제외하고는 시나리오에 신경을 쓴 게임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신경을 썼다라는 것은 엔딩까지 대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연출이나 개연성이 그럴듯하게 정돈된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자금력과 용량이 부족한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시나리오에까지 신경쓰기 힘든 것은 알지만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때 유저들도 그만한 보답을 해주니까요:-)
마침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EC1의 방대한 시나리오를 게임을 즐기면서 바로 하나하나 다 손으로 타이핑한 유저의 TXT데이터를 확인, 다운받아 모두 읽어보고(물론 게임도 즐겼습니다.) 해당 시나리오의 분량과 연출을 분석, 아 이 정도라면 우리도 비슷한 분량과 연출을 만들어 게임에서 쓸 수 있겠다, 라는 결론을 얻고 바로 시나리오 구성에 착수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회사를 관두기 전이라 된장남 변신 후 콩다방에 모여 이야기를 했지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 개요를 정리했습니다.
- 게임은 시리즈물로 고려하여 같은 세계관으로,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도록 구성.
- 게임마다 다른 장르 (SRPG, ARPG)로 디자인할 것을 고려한다.
- 각 캐릭터간의 인간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 배경 설정을 명확히 하고 그 배경으로 인해 주인공들의 사건과 사고가 진행하도록 구성한다.
그리고 4월 2일, 배경 스토리 개요를 하나 작성합니다.
- 주인공은 어떤 쇠락해가는 마을에서 살던 이름없는 소녀. 그 마을은 과거로부터 내려져오는 강력한 저주가 있었는데 매년 태어나는 아기 중 하나를 악신의 재물로 바쳐야 마을의 운명이 쇠하지 않는다는 것. 과거 촌장 중 하나가 악신에게 대항하기 위해 수많은 용병과 마법사를 소집, 악신의 언데드들과 전쟁을 벌였으나 전멸, 마을은 파괴되고 그 시점부터 태어나는 아기는 부모가 그 마을 출신이라면 모두 18세가 되는 날에 죽는다는 저주를 받게 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18세가 되기 전 악신의 성지인 도시A로 가서 악신을 섬기는 제시장을 죽이거나 자신을 믿어주는 진정한 친구를 찾아 그 친구에게 종교적 의식을 통해 죄를 묻어야 한다.
소녀는 15세 생일을 맞던 날, 마을에서 유일한 자신이 좋아하는 언니가 자신의 생일 선물을 받던 그 때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후 그녀의 운명을 깨닳게 된다. 소녀는 마을 사람들의 저주를 이유로 자신이 부당하게 희생될 수 는 없다 하고, 악신을 만나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라는 것인데, 지금 다시 보니 묘하네[...] 아무튼 이걸 바탕으로 늘부와 논의를 해 다시 정리합니다. 이번엔 이렇게 수정되었군요.
컨셉 문구: 세상을 화폭에 담는 소녀
배경: 마법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지 20년. 정부에 마법사 탄압에 적의를 품은 마법사들이 연구한 것은 저주. 곳곳에 기원을 알수 없는 저주들이 만연한 국가.
모종의 이유(미정) 로 18세 생일날까지 밖에 살 수 없는 검사가 꿈인 쾌활했던 소녀. 15세때 그 사실을 깨닫고, 붓과 검 한자루를 쥐고 모험을 나선다. 죽기 전에 세상의 모든 풍경을 화폭에 담기 위해. 밖으로 나온 그녀는, 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의 부탁으로 마물을 처치하거나, 물건을 운반하거나,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와, 숙식을 해결해 나갔다. 하지만 약속했던 의뢰비를 떼 먹는 사람, 여관에서 자신에게 욕정을 느끼고 덤벼든 괴한, 인신매매, 아동학대 등, 어두운 단면들을 수없이 지켜 보면서 그녀의 성격과 그림 역시 날이 갈수록 허무주의로 빠져 들었다. 그러기를 2년. 수명을 앞으로 6개월 남짓 남긴 그녀앞에 한명의 소년과, 두명의 소녀가 나타난다. 그리고 가장 슬픈 영웅이야기로 기록되어 있는, 소녀의 마지막 여정이 펼쳐지게 된다.
평소대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 주고 그림도구와 여비를 벌며 여행을 계속하던 주인공은 한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에게 씌여진 운명의 족쇄를 풀 방법을 알아내지만, 이미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그녀는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 앞에 한쌍의 소년소녀가 도움을 청한다. 소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괴물로 보이는' 저주에 걸린 상태. 소년은 그런 소녀의 저주를 풀기위해 노력중, 주인공을 만나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 두사람의 고통스러운 애정행각에 점점 마음을 여는 주인공. 결국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고, 결국 세사람의 행복을 빌며 주인공은 자신의 희생하여 그들을 구해낸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뭔가 미묘하군요. 아무튼 이런식으로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여, 4월 말에는 현재 완성된 시나리오의 초안이 등장하게 됩니다만, 더 이상은 게임의 즐기는 맛이 없어지니 여기까지 하지요:-D 사실 위 시나리오도 현재 정리한 최종 버전의 시나리오하고는 또 많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구 버전의 초안을 보여드린 이유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가 등장했다는 소개와 과거 데이터를 우연히 찾아 상념에 젖은 나머지 기록 하나 남기려고일지도요:) 다음에는 맵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