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는 많은 식당이 있습니다.
이 근처가 워낙 오래된 지역이라(곳곳에서 재개발 중이죠 그래서) 가게가 허름하지만 싸고 맛있는 가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있습니다. 반대의 개념으로는 부천 중동이 있습니다.(...이놈의 부천중동은 어째서 내가 끓인 짜파게티 보다 맛이 없는 짜장면을 팔 수가 있는건지)
아 물론, 부천 중동엔 사람 못먹는것만 판다는 게 아니라 좋은 맛집의 비율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죠. 맛있는 집은 맛있죠, 중동에도. 부천 사시는 분들은 부디 오해 없으시길 바람니다.
아무튼 그런 가게들을 골라서 소개해 보는 코너입니다.
그 중 첫번째로 선택된 것은 영광의 선술집, In the K!
점심땐 조미료 안들어간 김치찌개나, 수제 일본식 돈까스, 제육덥밥등을 싼 가격에 제공하며 저녁에는 주인장의 오리지널or퓨전 안주와 함께 술을 파는 곳입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죠.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정도, 추측컨데 대학 CC가 발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튼 아저씨는 요리하고 아주머니는 서빙하고. 호흡이 잘 맞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열심히 일하는 카나페 게임즈. 울적해진 마음에 시킨 피자는 한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고... 결국 8시 반에 이 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러자 손님이 없어 적막한 가게에 쓸쓸한 캐롤만 울려퍼지던 가게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쌀, 보리 놀이를 하던 부부는 저희를 매우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발렌타인데이 점심. 김치찌개와 돈까스를 먹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막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설겆이로 아주머니는 바쁘셨고 요리사 아저씨가 홀에 나와 빈둥대며 시비를 걸었습니다.

당연무쌍하게도 그날도, 그전날도 철야를 일삼던 저희들에게 그런 게 떨어질리가 없습니다. 돈까스를 먹다 돼지 털을 발견한 얼굴을 했더니 아저씨가 승리의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는 위로의 말을 날립니다.
저도 돈 못벌어 온다고 못받았어요.
부부가 합동이 아니라 단일체일때도 공격이 가능합니다! 쳇! 뻥치시네! 웃기시네!
그리고 계산후 돌아갈땐 이거라도 먹으라며 미니 초코바를 두개 줬습니다... 그의 눈빛은 한 때 직장 생활을 할 무렵 월급을 탔다고 기분이 좋아져 구걸하시는 분들께 천원짜리 지폐를 쥐어주던 늘보의 눈빛이었습니다.
개늠의 인생...

이번에는 바빠서 아저씨는 주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렌타인의 악몽이 지난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라 그래 열심히 일해서 날 위해 밥을 만들어라 라며 한껏 우쭐해진 기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머니가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역시 부부는 강합니다.

그만 거기까지.
그랬더니 아주머님은 눈에서 광채를 발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할매 문방구에서 50원짜리 종이뽑기를 했는데, 저는 꽝이 나와서 카라멜 사탕 하나를 측은하게 우물대고 있는데 친구가 300원짜리 칼 모양의 엿에 당첨되었을때 절 바라보던 눈빛이었습니다. 왼손엔 보석반지 사탕도 끼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러더니 공격기가 들어옵니다.

살려.

교훈: 이벤트를 전후로 저 가게는 가면 안된다.
끝입니다.
맛집 소개면 음식메뉴라던가 맛과 가격에 대해 평하는 줄 아시는 분들은 잘못 짚으셨습니다.
맛집에서 벌어지는 각종 권모술수가 얽힌 야화가 포스팅 됩니다.